◆ 화분매개곤충, 정부 지원 사각지대

“천적만 지원되고 화분매개곤충은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천적이나 화분매개곤충이나 똑같은 친환경농법 아닌가요.”

서양뒤영벌·꿀벌·가위벌류 등 화분매개곤충을 이용해 농사짓는 상당수 농업인들의 불만이었다. 정부의 친환경농업 육성정책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며 하소연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는 천적은 ‘친환경농업육성법’ 시행규칙 및 농진청 고시에 의해 친환경유기농자재로 등록돼 있어 정부 지원사업 대상이고, 화분매개곤충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이로 인해 천적에는 올해 190억원이 지원돼 농가가 시중가격의 50％만 자부담하면 되지만, 화분매개곤충은 정부 지원이 전혀 없다. 경북 예천군만이 자체 예산으로 서양뒤영벌을 시중가격의 절반 이하에 공급하는 상황이다.

토마토 농사를 짓는 한 농업인은 “1,650㎡(500평)를 기준으로 할 때 서양뒤영벌이 7통 정도 필요한데, 한통당 8만원 내외라 부담이 적지 않다”며 “상당수 농업인들이 천적보다는 화분매개곤충을 친환경농자재로 더 선호하는데 화분매개곤충에 대한 지원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불법까지 난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업체들이 농가들에게 서양뒤영벌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천적사업을 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농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또 농가들은 천적이나 화분매개곤충을 이용해 친환경농사를 해도 친환경 인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농업인 이종환씨(경북 예천)은 “천적과 화분매개곤충을 둘 다 이용하는데,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해 천적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화분매개곤충도 친환경유기농자재로 등록해 정부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천적이나 화분매개곤충을 이용할 경우 농약 등을 뿌릴 수 없어 친환경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만큼 친환경 인증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생태계 위해성 위험이 있음에도 수입·유통되고 있는 서양뒤영벌을 대체할 국내 토종 뒤영벌 육성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미국·캐나다·일본 등은 서양뒤영벌의 수입을 금지한 상태다. 경북 예천군 곤충연구소의 최경 연구사는 “서양뒤영벌은 교란 위험종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토종 호박벌로 대체해야 하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곤충시장은

국내 곤충시장은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칠레이리응애 등 천적곤충이 90억원, 뒤영벌 등 화분매개곤충이 110억원, 장수풍뎅이 등 학습·애완곤충 400억원, 기타 400억원 등이다.

전통적으로는 양잠과 양봉·약용으로 이용됐으나 최근에는 자연생태학습용과 애완용으로 각광 받고 있고, 천적용과 화분매개용 곤충시장도 생산과 수요 면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또 곤충으로부터 유용물질을 추출해 식품이나 약제로 개발하는 분야, 곤충을 사료로 개발해 가축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분야, 함평 나비축제 등 지역행사의 소재로 이용되는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농민신문 2010-07-09